[qrwerq, think] 지식의 가격

in #kr6 years ago (edited)


어떤 지식이 쓸모가 있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만하다고 생각이 들면, 이를 보호하는 데에는 대체로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하나는 특허 (를 비롯한 여러 지식재산권들)로 보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업 비밀로 보호하는 것이다. 특허는 애초에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를 부여함과 동시에 그 내용을 공중이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영업 비밀의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말 그대로 '비밀'이기 때문이다. 특허에는 독점적으로 당해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있으며, 그 기간을 넘어서면 모든 사람들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너무나 뻔한 예이지만, 코카콜라의 제조 비법 같은 것은 특허가 아니라 영업 비밀로 되어 있다. 그래서 코카콜라의 핵심 관계자가 아니면 성분이나 배합을 알기 어렵다. 영업 비밀의 경우에는 항상 "유출"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유출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비밀로 유지하는 이유는 결국 기간의 한정 같은 것을 두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무수한 다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특허는 출원 후 20년 (제약 분야는 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정도를 특허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으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사이에 공개된 내용은 이미 누구나 알 수 있고 단지 생산·사용·양도·대여 등에 제한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특허에 대한 감을 잡고 회피하거나 대놓고 베낀다고 한들 법적 구제를 받기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내용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지식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침해와 복제에 대해 취약하다.

여러 지식은 지식이 결국 누구에게 닿느냐에 따라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이 될수도, 그렇지 않고 휘발되는 정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에 생각의 가격과 관련한 글을 하나 적긴 했지만, 이 중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에 대해 한정해서 생각해본다면, 업계 사람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알아보며 응용가능한 고급의 지식에 대한 가격은 결국 (전체를 포괄하는 넓은 세계가 아닌) 그 업계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정말로 소위 "고급" 지식이라는 것은 공중에 풀리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런 고급 지식은 생산하는 데도 여간 품이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인정 받기 어려운 "업계와 관련이 적은/없는" 세계에 풀어놓는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결정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고급 지식을 풀어놓기로 한 결정을 했다면, 이는 정말로 모든 사람들이 유익할 수 있기를 추구하는 순수한 선의로부터 기인하였거나, 고급 지식을 풀어놓는 것을 통해 자신 스스로 얻는 이득 (이는 이타주의와 같은 스스로의 만족도 이외에도 명성, 네트워크 참여 촉진을 통한 전체적/장기적 이득의 향상 등을 포괄한다)의 증대를 추구하거나, 아니면 실제로 풀어놓는 것을 감내할 만한 중급 혹은 중-고급 정도의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공유됨으로써 가격이 상승하는 지식과 공유됨으로서 제 값을 못받는 지식이 존재한다면, 둘 중 어느것을 공유하게 될 것인가.

사실 생산된 지식은 단지 노동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지식은 업계의 경험이 필요할 수도 있고, 설비나 플랫폼, 장기간의 관찰 결과로 수집된 자본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결국 지식이 어디서부터 왔으며, 풀어놓아지는 지식들이 어떤 층위를 갖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할지도 모른다. 지식의 가격은 현금흐름할인법과 같이 미래의 기대 수익을 계산하는 것과 함께 어떤 투입 비용이 들었는지, 그리고 비중을 반영하여 균형점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가격 결정의 균형점이 결국 지식 자체의 특성을 구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플랫폼에 공유되는 지식들은 과연
어떤 가격을 받아야 합당한가?

그리고
이 지식들이 차라리 공유되지 않는 편이 낫다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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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들에 대해 포스팅해주셨네요. 좋은글은 기분도 좋게 하네요~ 종종 보러 올게요ㅎㅎ

산개해 있는 지식들에도 층위와 특성이 존재합니다. 제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

잘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

공유되는 지식의 가치를 논하자면 너무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공유되지 않는 것 또한 안될 것 같고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맞는지 평가하기 민감하고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ㅜ

지식이 항상 공유되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공유를 통해 빛을 발하는 지식들이 있습니다. 다만 애초에 그 "공유" 행위 자체가 어디서부터 기인한 것인지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선의가 작동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지식들은 공개하기 어려운 지식들도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최근 진행되고 있는 회담과 관련된 정보도 그러한 범주일 것입니다.

마지막 질문이 참 어렵네요. 지식의 가치를 매기기는 어렵겠지만, 저는 많은 지식이 여러 사람에게 공유되는 것이 훗날 더 큰 가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이건 여담인데요, 저는 볼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우리가 타는 모든 자동차에는 3점식 안전벨트가 기본으로 달려있는데, 옛날 볼보가 발명했던 발명품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볼보는 이 안전벨트에 관한 특허를 풀어버렸다고 합니다. 안전과 관련된 것이니, 차별없이 모두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려는 좋은 의도가 있었다더군요.

발명에 들어가는 노력과 독창성은 분명 보상받아야할 귀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간혹, 금전으로는 보상이 되지 않는 더 큰 가치를 지닌 발명도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진품명품에서 유물의 가치에 차마 가격을 매기지 못해 0원으로 책정했던 그런 케이스처럼 말이죠^^

궁극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어쩌면 공유의 "시기"의 문제일수도 있습니다.

개별자의 노력은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볼보의 예는 더 큰 것 (시장이나 명성)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물론, "안전"과 관련된 차별 없는 혜택을 추구하는 "선의"를 선의로서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마도 아시겠지만)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이 이러한 측면에서 무척 중요하지요.

사실은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가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노고에 대한 보상과 공유의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부단히 노력 중입니다. 물론 모든 것을 지식재산으로 규율할 수는 없기에, 플랫폼 혹은 공중에 대해 뭔가 오픈을 할 때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특허권이 기간이 20년이군요?
어느 책에선가 지식을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을 준다고 읽었던거 같아요.
장기적으로요.
잘 읽었습니다.

사실은 발명자의 이익과 전체의 이익 사이에서 생각해봐야합니다. 관련 시장이 육성되지 못한다면 독점권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시장을 육성하면서도, 그 안에서 주도적 입장을 쥐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몇가지 부분의 공개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물론 핵심 특허 몇몇은 가지고 있는 상태로요.)

외국인이 공짜로 배포한 OS를 어떤 한국인이 특허청에 자기가 상표권을 등록해버린 일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그런 일이 있자 원 배포자는 결국 자기 이름으로 상표권을 등록해야 했습니다. 그런 일을 방지하도록...

공짜로 뭔가 배포하면 뜬금없는 이들이 낚아채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런 걸 생각하면 공유보다 보호가 더 중요한지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의 사례 중 하나는 "꼬꼬면"이 있습니다. 방송을 타자마자 다음날 누군가 바로 등록해버렸다죠. (예전 사례로는 티켓몬스터 - 티몬도 있겠네요.)

Creative Commons 에 몇가지 제한 조건을 거는 것이 그나마 나을수도 있습니다만, 이는 저작권 한정이므로, 등록이 필요한 다른 지식재산에는 아무래도 사전 고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공짜 배포의 한계 중 하나는, 그 노고의 지식의 "가격"도 0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나의 노고는 보상받아야 하지만 남의 노고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말이지요.

어차피 수치화하긴 어렵지 않을까요 ㅎㅎ

로펌에서 자기들 이름으로 책 낼 때 정작 책은 금방 쓰는데 홍보에 도움이 되는 지식의 전달과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핵심 정보의 균형점을 어디로 할지 엄청 고민한다고 하더군요 ㅎ 김앤장 같은 경우는 자기들 이름만으로도 마케팅이 되니 거의 공개하지 않는다고...

수치화하기 쉽지 않기는 한데, (아마도 아시겠지만) 결국 해야할 때가 생기긴 합니다. 사실 굳이 수치로 따지지 않더라도, 대략의 감은 잡고가지 않나 싶습니다.

제 주위에 책 낸 변호사 친구들이 몇 있는데, 지식 자체의 값으로는 별로 도움이 안되고, 마케팅/책을 냈다 정도의 이름값 정도를 추구하는 것 같더라고요. 김앤장이야 뭐ㅎㅎ (애초에 태생이 합동법률사무소라 핵심 정보를 내려면 백과사전식으로 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qrwerq글은 일단 보팅만 해놓고 미뤄놓다가 오늘 간만에 읽었습니다.^^;

공유되는 지식들의 합당한 가격이나 공유 여부의 문제는 시기와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유'에 대한 개념이 없던 때에 이런 논의가 됐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했겠죠. 그리고 다들 꽁꽁 싸매고 내놓지 않으려 했겠죠. 돈이 되지 않는 이상...

그런데 지금은, 아니 앞으로는 지식의 공유가 더 활성화(?)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언급한 것처럼 문제는 시기의 속도이고 그것을 하고자 하는 의지 같습니다.

가격 문제는... qrwerq님의 글 마지막 문단에 동의합니다.

사실 매우 중요한 "고급" 지식들은 내어놓지 않는 편이 이득입니다. 이는 "내부자 거래 정보"와 같은 것으로 불리기도 하고, "영업 비밀"과 같은 것으로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접근 가능한 지식들은 공유됨으로써 다듬어지고 발전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누가 어디까지 접근 가능할 것인가가 언제나 화두일 것입니다.

그래서, 책도 보면 입문서만 잘 팔리는 것 같아요. 공감이 많이 되는 고민입니다...

그래도 입문서라도 잘 팔리는 영역이면 그나마 나은 것 같습니다ㅎㅎ 사실 지식을 내어놓고 그 의미를 잘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일은 아니리라 봅니다.

평소 저도 생각하던 부분이긴 합니다. 더군다나 스티밋에서 이런 글을 보니 당연히 스티밋과 결부지어서 생각하게 되는군요.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어느 입장에 섰느냐에 따라 답변이 많이 달라지기도 할 것 같아요. 선의를 위한 결정은 정말 쉽지 않지요. ^^

저도 어떤 부분은 스티밋과 같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만 시스템의 룰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작동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고급 지식은 결국 소규모 집단에서 전승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식은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제대로 기여하기도 하고요.) 선의는 좋은 일입니다만, 선의가 선의로 잘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 또한 중요할 것 같습니다. :)

고급지식 또는 정보가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부여가 되는 것인데 그럴려면 말씀처럼 결국 소규모 집단에서 전승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저도 해봅니다. 그런 면에서 스티밋에서는 또 하나의 고민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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